관절염은 날씨와 관련이 있을까
비가 오면 관절염이 심해지는 것이 상식처럼 알려져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선택적 추론의 결과일 수 있다고 합니다. 비가 올 때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평소와 다르지 않던 날도 많은데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심했던 날만 기억에 남아서 마치 상관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1]
다만 한 사람의 생각이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 사람의 생각, 특히 기대(expectation)가 신체적 반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당연히 몸이 쑤시지 라는 생각 자체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비가 온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생각이 통증을 유발하는 주범입니다.
이는 통증 치료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설명합니다. 저 의사가 나를 치료해 줄 것이라는 신념이 강하면 실제로 의사가 수술을 하든 수술한 척하든 치료 결과가 대동소이할 수 있습니다.[2] 수술 자체의 효용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의사와의 관계에 대한 환자의 생각이나 느낌이 수술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함의를 갖습니다.
"Our expectations can have a profound impact on how we heal."[3]
우리의 기대는 치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If you believe that doctors are particularly attentive, you can get better more rapidly, even if they aren’t."[4]
의사가 꽤나 사려깊다고 믿으면, 실제로 그 의사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더 빨리 나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만성 통증에 대한 심리적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포합니다.
요통을 예로 들어볼까요. 허리 통증이 허리의 구조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적고, 의학적인 수술과 허리 통증 간의 관련성도 적다는 과학적 근거가 많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요인이 교감신경계의 과활성화 같은 생리적 반응을 통해서 허리 통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근거들이 있습니다.
재활의학과 의사인 존 사노가 이런 주장과 근거 선봉에 있습니다. 존 사노가 통증 감소를 위해 제안하는 마인드셋은 다음과 같습니다.[5]
- 나의 통증은 TMS(긴장성근육통증후군Tension Myositis Syndrome의 약어)라고 불리는 증상 때문이며, 그것이 신체 구조상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 TMS는 신체에 무해한 증상으로 무의식에서 억압된 ‘분노’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TMS는 그런 불쾌한 감정에 대한 회피책으로 내 주의를 몸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 내 허리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으므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따라서 어떤 신체 동작도 위험하지 않다.
- 그리고 모든 정상적인 신체 동작을 회복할 것이다.
- 더 이상 통증에 얽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통증보다는 문제의 진짜 원인인 나의 정서적인 면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
- 스스로 나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다. 무의식이 나를 통제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겠다.
- 나는 언제나 마음을 살필 것이다.
몸과 생각, 감정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새롭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요통으로 고생해 왔고, 400-500만 원에 달하는 시술을 의사에게 권유받기도 한 저로서는 요통이 허리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없고 생각과 감정에 의해 심해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관점의 전환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존 사노 박사의 통증혁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칩니다.